☆산행·등산·낚시

[스크랩] 오지마을의 가을...청량산 `두들마을 새미터`

(주)대성테크 2011. 2. 4. 21:08

오지마을의 가을...청량산 '두들마을 새미터'
 두들마을 새미터. 청량산 열두 봉우리를 병풍 삼아 자리한 경북 봉화군의 산골마을이다. 지금껏 변변한 매스컴 나들이 한 번을 해본 적 없다는 숨겨진 벽촌. 하지만 그 풍광은 가히 동양화 속의 작은 민가처럼 주변 산세가 수려하다. 그보다도 새미터의 더 큰 가치는 때 묻지 않은 순박함이다. 한마디로 개명한 시대에 찾기 힘든 순수가 흐르는 땅이다. 두어 가구 삶을 꾸리는 사람들이 그렇고, 그들이 일구는 급경사 다락밭이 그러하다. 청량산 가을 단풍 나들이에 살짝 코스를 비틀어 두들마을 새미터를 올라보라. 새삼 삶과 자연, 그리고 사람이 아름다움을 실감하게 된다.


① 대한민국 대표오지마을인 경북 봉화군 명호 면 북곡리 두들마을에 가을이 내려앉았다.
 
초록의 기운속 '울긋불긋'농익은 자태 뽐내
단 두 가구 사는 '새미터' 삶의 터전도 눈길
일렁이는 조 잎사귀들 '만추의 교향곡'연주
 
조밭의 풍광 청량산 문화연구회 이성원 회장이 밭둑을 걷고 있다.
 ▶이 땅의 마지막 오지 '두들 마을 새미터'

 단풍이 곱기로는 경북 봉화군 청량산을 빼놓을 수 없다. 때문에 해마다 이맘때면 청량산 주변은 산행객으로 넘쳐난다. 호젓한 명산은 무슨 쓰나미라도 만난 듯 왁자지껄. 단풍 보러 갔다가 사람구경까지 해야 할 판이다. 하지만 청량산에서도 마음 한 곳에서 한적한 여백을 남길만한 공간이 있다. 바로 두들마을 새미터이다.

 경북 봉화군 명호면 북곡리 오지마을 새미터를 찾기 위해서는 청량산 도립공원 입구로 들어서야 한다. 청량사 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서는 30분 남짓, 차를 타면 5분 거리에 벽촌을 오르는 갈래길이 나선다. 길목 폭포식당, 산성식당 주변에 차를 세워두고 왼편 급경사 길로 들어서며 산행이 시작된다.

 구불텅 가파른 길을 30분 남짓 올라가 청량산 하늘다리 오르는 계단에 접어들면 벼랑 끝에 민가가 바라다 보인다. 새미터다. 새미터는 그나마 일반에게 조금 더 알려진 두들마을의 옆 능선에 자리한 오지속의 외딴 촌락이다. 사람들은 이곳을 뭉뚱그려 '두들마을'이라고 부른다. 두들마을에는 다섯 가구, 새미터에는 단 두 가구가 살고 있다. 새미터는 '샘터' '샘 아래'라는 뜻을 지녔다. 산간마을에서 물은 금쪽보다 더 귀하다.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최소의 여건인 물이 가파른 산중에서도 샘솟는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마을의 해발고도가 500m 남짓하지만 '오지'를 판단하는데 높이로만 얘기할 수는 없는 경우가 바로 이 곳이다. 지금이야 제법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지만 그 전에는 맨몸으로 오르내리기조차 난감한 무슨 요새 같은 곳이었다.

 10월의 하순. 청량산에는 아직 초록의 기운이 더 짙다. 가을이 내려앉았다고는 하지만 만추의 농익은 자태는 이달 말이 딱 좋다. 옻나무, 산벚나무 등 일찍 단풍이 드는 것들은 이미 절정의 자태를 뽐내지만 고욤나무, 감나무, 두릅나무, 굴참나무, 산뽕나무 등 청량산을 뒤덮은 나머지 수종은 가을 치장이 한창이다. 산행의 매력은 자연에 온전히 젖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눈앞에 펼쳐진 계절이 손에도 잡히는가 하면 발바닥 촉감으로도 전해온다.

 새미터에 정착한 지 30년째라는 김장수 할아버지(78) 집을 찾았다. 그야말로 오막살이다. 초가지붕을 걷어내고 강철슬레이트를 얹어 뒀을 뿐 요즘 보기 드문 초가삼간이다. 청량산의 가을햇살이 고스란히 내리쬐는 마루에 앉아 있던 김씨 할아버지는 대번에 10년은 더 젊어 보일 만큼 피부가 고왔다.

 "젊음의 비결이 뭐냐?"고 덕담을 건네자 "속은 다 곯았다"며 손사래를 친다. "허리, 다리, 속, 안 아픈 데가 엄니더."

 궁벽한 벽촌 살이는 온전히 몸으로 부딪혀야만 한다. 그래야 물도 마시고, 밥도, 김치도 얻을 수 있다. 거기다 산다랭이밭을 일궈 6남매 학교까지 보냈다니 몸이 부서지도록 일하며 산자락을 오르내려야 했을 터이다.

 "고생 마이 했지만 그래도 복장은 편합니더. 남의 소리 안 듣고, 더러븐 꼴 덜 보내께네 심간은 편하다고 봐야지." 볼이 쏙 들어갈 정도로 깊게 빨았다가 '후~'하며 길게 내뱉는 김씨할아버지의 담배연기 속에는 세상 시름이 다 실린 듯 보였다. 김씨 할아버지가 이 곳에 오기 전 청량사에서 20년을 더 보냈으니 청량산과 인연을 맺은 건 도합 반세기를 넘는다.

 "차가 안 들어와 불편하지 뭐 딴 기 있나."

 부엌문 앞에 서서 할아버지의 얘기 소리를 듣고 있던 부인 정경예(77) 할머니가 빙그레 웃으며 거들고 나선다. "이런 것도 기사거리가 됩니꺼? 아이고 마, 이리 몬 사는 모습이 나가믄 안 될낀데…."

 정씨 할머니는 말끝을 흐리며 부엌으로 들어섰다. 무쇠솥 두개가 걸린 부엌세간은 단출했다. 여기에 군불을 때 밥을 짓고 할아버지 목욕물도 데운다. 할머니는 찬장에서 제일 예쁜 컵을 꺼내더니 뭔가를 따라 내온다.

 "촌이라 영 대접할 게 없니더, 요거 한 번 잡솨 보이소."

 달달하다 못해 목이 쐐하고 순간 정신이 번뜩 들게 하는 솔잎차다. 산골 인정이 가득담긴 솔잎차는 노부부가 아껴 두고 먹느라 발효가 더 진행돼 시큼한 맛이 돌았다. 한 모금 들이켜고 한 컵을 다 마시자 뱃속이 아른하더니 이내 편안해졌다.

 이들 노부부가 대체 뭘 해서 먹고 사는지 궁금했다. 김장수 할아버지의 말을 빌리자면 '구부려 죽으면 알맞을 만한 밭뙈기'에 남의 것 조차 합쳐 600여 평의 밭을 일군다고 했다. 여기에 서숙(조), 들깨, 고추 등속을 심었다. 그리고 올 해 꿀 닷 되를 얻었다는 한봉 10여 통이 이 집 농사의 전부다. 여기에 국민연금과 노령수당, 자식들이 보내주는 용돈으로 근근이 살림을 꾸려간다.

 "두 노인이 얼마나 먹어서…. 쌀 사고, 약값, 병원비 쓰고…."

 노부부는 젊은 시절을 회상했다. 산비탈에 대추나무를 심어 한 해 100여 가마를 생산하는 호시절도 있었다. 물론 차가 들어오지 않아 일일이 등짐을 지고 산길을 오르내리느라 애를 먹었다.

 새미터 가는 길에는 농암종손 이성원박사(55ㆍ청량산문화연구회 회장)가 동행했다. 이 박사는 청량사 주지 석지현스님과 함께 유교와 불교문화가 공존하는 청량산의 문화를 선양하고자 모임(청량산문화연구회)을 만들어 공동회장을 맡고 두 토착 종교의 상생을 실천하는 중이다. 지금껏 청량산을 200번도 더 올랐다는 그가 '청량산의 보물'이라며 추천해준 명소가 바로 두들마을 새미터였다. 이 박사는 청량산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들의 숭고한 삶의 모습이라고 했다. 그 광경이 바로 새미터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이 노인들이 세상을 뜨면 누구도 대신하기 힘들 사라질 풍광들이라며 못내 아쉬워한다.

 새미터에서는 청량산의 수려한 풍광도 압권이지만 산골마을에 일궈놓은 삶의 터전도 볼거리이다. 김장수 할아버지 집 모퉁이를 돌아 서면 비탈밭이 이어진다. 오솔길옆 손바닥만한 밭뙈기에는 콩, 고추, 파, 생강, 토마토 등 주인의 소박한 '욕심'까지 한데 심어져 있었다. 마치 냉장고 야채칸을 들여다보는 듯 참 재미난 밭이다. 집과 가까운 작은 밭뙈기를 이를테면 양념통으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바람이 한 소끔씩 불어대자 '쨍그렁~, 딱~딱~' 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들짐승 날짐승을 쫓기 위한 시설들에서 나는 소리이다. 찌그러진 냄비뚜껑, 쟁반, 세숫대야 등 생활 속에 구할 수 있는 폐품은 총동원 됐다. 또 밭 곳곳에 빗물을 받는 널찍한 양철 슬레이트와 물통이 놓여 있다. 그야말로 천수답이다. 사람이 온전히 서 있기도 힘들 만큼 급경사에 일궈 놓은 밭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다. 새미터 일원에는 멧돼지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땅의 마른 정도로 봐서 간밤에 후비고 지나간 무리들의 자취다.

 새미터에서 모처럼 귀한 풍광을 접했다. 해가 넘어가는 즈음 푸른 가을하늘 아래 일렁이는 차조밭의 정경은 환상적이기까지 했다. 수수밭에 한두 줄로 심어 놓은 조를 보긴 했지만 비탈진 밭 전체에 심어진 조밭은 처음이다. 빼곡하게 여문 조가 무게를 이기지 못해 누런 머리를 숙인 채 이리저리 흔들리고, 와인빛깔로 곱게 물든 잎사귀가 가을바람에 사각대는 소리가 정겹게 울려 퍼진다. 여유로운 공간 새미터에서만 들을 수 있는 만추의 교향악인 셈이다.

③ '새미터'에 살고있는 김장수 할아버지와 정경예 할머니

수려한 산세 '영남의 소금강' 별칭
천년고찰 청량사-하늘다리 볼거리
 
 ▶청량산 단풍산행

 청량산(해발 870m)은 경북 봉화군 명호면과 재산면, 안동시 도산면과 예안면에 위치하고 있다. 청량산은 예로부터 '영남의 소금강'이라 불렸을 만큼 산세가 수려하다. 특히 고운 단풍이 내려앉은 가을의 자태가 압권이다. 주봉인 장인봉을 비롯한 12개의 봉우리, 사철 마르지 않는 폭포와 천년고찰 청량사가 있어 더욱 매력 있다. 근자에는 청량산에 자란봉과 선학봉을 잇는 '하늘다리'가 놓여 새로운 관광 명소가 추가됐다. 길이 90m, 높이 70m의 국내 산악지대에 설치된 다리 중 가장 길고, 높은 곳에 위치한 현수교로 단풍철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현수교 아래로 펼쳐지는 청량산의 단풍물결은 한 폭의 그림이다. 주된 산행코스로는 입석~경일봉~자소봉~하늘다리~장인봉~청량폭포 까지 7km 구간으로, 6시간 가량 소요된다. 가장 짧은 코스로는 산성입구~공민왕당~축융봉~산성입구를 왕복하는 4km, 2시간 코스가 있다. 또 절집 구경을 원한다면 입석~청량정사~자소봉~연적고개~청량사~선학정으로 이어지는 4.5km 3시간 코스도 무난하다.

 봉화 지역의 또 다른 가을단풍 절경지로는 석포면 대현리 백천계곡을 꼽을 수 있다. 백천계곡은 태백산에서 시작한 물이 해발 650m이상의 높은 고원을 16km에 걸쳐 흐른다.



'도산 9곡'의 비경 고스란히 간직
강각에서 본 낙동강 물굽이 일품
 
④ 올미재마을 농암종택의 강각
 ▶청량산 기행의 베이스캠프 '농암종택'

 안동과 봉화를 잇는 35번 국도를 따라 가다 도산면 가송리로 접어들면 유유히 흐르는 강물 한 켠으로 병풍처럼 우뚝 선 거대 절벽이 나선다. 바로 고산협이다. 내병대, 학소대 등 절경을 아우르고 있는 절벽 소나무 그늘 아래로는 고산정이라는 정자가 강물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고, 꼬불꼬불 사행을 이루며 사라지는 물길이 여유로운 풍치를 자아낸다.

 강변 오프로드길을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올미재마을 농암종택이 나선다. 이른바 '도산 9곡'의 비경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는 곳에 자리한 종택은 '어부사'를 남긴 농암 이현보 선생의 후손들이 안동댐 수몰지역 분천리에서 고려시대 건물인 긍구당 등 종택을 이건했고, 복원사업을 통해 종택 사랑채, 서원, 강각 등을 이뤄놓았다. 600년 넘은 긍구당과 복원한 강각에 앉아 바라보는 낙동강 물굽이가 일품이며, 요즘처럼 일교차가 큰 날이면 이른 아침 종택을 감싸고 도는 물안개를 헤치고 나서는 강변 산책이 운치 있다. 인근에 도산서원, 국학진흥원, 오천유적지, 퇴계종택, 도산온천, 이육사생가 등의 유적이 있어 연계관광이 가능하다. 종가의 아침 밥상(6000원)도 맛볼 수 있는 종택의 고택체험민박이 인기다. 숙박은 4만~15만원 선. (054)843-1202, 010-2511-6381

 
 ◆여행 메모

 ▶가는 길=경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 풍기IC~ 36번국도~영주시내~봉화방면 50분쯤 달리면 청량산도립공원~두들마을-새미터/ 농암종택~봉화 명호방면~청량산도립공~두들마을-새미터

 ▶뭘먹을까

 ◇염소불고기=봉화군 명호면 북곡리 소재 '은행잎 토종닭(청산농원)'의 염소불고기가 유명하다. 청량산 가파른 산악에 염소를 방목해 거의 산양 수준의 육질이다. 쫄깃 고소한 게 염소고기 특유의 냄새도 나지 않는다. 배, 버섯, 대파, 양파 등을 썰어넣고 버무려 구워먹는 염소불고기는 가을 보양식으로 그만이다. 1인분 1만원. 토종닭 백숙 4만원. 청량산도립공원에서 명호면소재지방면 자동차로 3분여 거리에 있다. (054)672-1463

 ◇춘양목의 향기가 가득한 봉화 송이를 넣은 '송이 돌솥밥'과 봉성면 '봉성돼지 숯불구이'도 별미로 꼽힌다.

출처 : 대한민국해군전우산악회.
글쓴이 : 이대웅(병255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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