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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떡·삼합·막걸리…봄비야 어서 오너라

(주)대성테크 2010. 4. 17. 11:05

빈대떡·삼합·막걸리…봄비야 어서 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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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 신동립 | 입력 2010.04.17 09:41

 

【서울=뉴시스】김조수의 맛있는 집 = 비가 촉촉히 내리는 어느 봄날 퇴근 무렵 걸려온 지인의 '비 오는데 빈대떡에 동동주 한 잔?'이란 전화에 서울 약수동 'Mr. 빈대떡'(02-2252-7770)으로 달려갔다. 비 오는 날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몰려 필자도 밖에서 자리가 나길 기다렸다.

조리사들이 열심히 빈대떡과 전을 부치고 있는 모습이 창문을 통해 적나라하게 공개되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고이는데 문이 열릴 때마다 구수한 냄새까지 풍겨오니 어서 들어가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자리가 나서 안으로 들어갔다. 보통 '빈대떡집'하면 허름한 인테리어와 손바닥만한 좁은 공간을 떠올리게 되지만 이 곳은 달랐다. 가게는 1, 2층으로 돼있는데 실내가 널찍해 편안했다. 1층은 조선시대 대가 스타일로 꾸며져 신발을 벗고 들어가 앉는다. 테이블 좌석으로 구성된 2층은 주로 단체들이 앉는다.

벽 곳곳을 조선시대 신윤복이 그린 듯한 양반, 기생, 하인들의 다채로운 풍속도로 장식해 이를 둘러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직원이 메뉴판을 갖고 왔다. 비단으로 둘레를 치장한 두루말이 모양에 붓글씨로 메뉴가 써있는 것이 독특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조선시대 임금이 신하에게 내리던 교지를 본뜬 것으로 메뉴를 골라 신하에게 하명하는 기분을 내며 주문하라는 뜻이다. 물론 기분만 내야지 반말로 해서는 안 된다. 빈대떡류를 위시해 전류, 홍어요리, 탕류 등 다양했다.

빈대떡으로는 웰빙식품인 녹두로 만든 Mr. 빈대떡(6000원), 불고기를 가득 넣은 불고기 빈대떡(9000원), 싱싱한 해산물이 풍성한 해물 빈대떡(1만원) 등이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서양 빈대떡'인 피자와 전통 빈대떡을 결합한 피자 빈대떡(1만2000원)이다. 피자 치즈를 빈대떡 위에 얹은 퓨전메뉴로 탄산음료는 물론 막걸리, 소주와도 피자의 맛을 즐길 수 있게 해 인기다. 포장 판매 메뉴 중 약 70%에 달할 정도란다.

전류로는 깻잎전 두부전 호박전 동그랑땡(이상 각 6000원), 고추전 감자전 버섯전(각 7000원), 굴전 동태전(각 8000원), 해물파전 김치돼지고기전(각 1만원) 등이 있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전이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뭐가 맛있을까 고민되면 대부분의 전이 포함된 모둠전(1만4000원)을 시키면 된다.

빈대떡, 전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 바로 막걸리다. 일반 막걸리(3000원)도 판매하지만 인기 높은 것은 '대통령 막걸리'다. 고 박정희 대통령이 즐겨 마셨다는 금정산 막걸리와 배다리 막걸리, 고 노무현 대통령이 앉은 자리에서 6잔을 잇따라 마셨다는 소백산 막걸리(이상 각 6000원), 이명박 대통령이 한·일정상회담 때 건배주로 마셨다는 자색고구마 막걸리(7000원) 등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막걸리들이 준비돼 자기가 좋아하는 대통령과 대작하는 기분을 내며 마시는 사람들도 많다.

황진이, 벽계수, 서경덕 등 재치 넘치는 이름을 가진 딸기, 키위, 파인애플 등 과일 칵테일 막걸리는 달콤하고 감미로워 여성들이 즐겨 찾는다. 막걸리 안주로 좋은 홍어무침(1만2000원), 홍어사시미(2만원), 홍어찜(2만원), 홍탁삼합(3만원) 등이 정갈하게 마련되는데 '정통 목포식'보다는 많이 순해 처음 먹는 남녀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싱싱한 낙지를 통째로 넣은 뒤 시원하고 칼칼하게 끓여내는 연포탕(1만8000원), 끓일수록 우러나는 진한 맛으로 좀처럼 숟가락을 놓을 수 없는 홍합탕(8000원) 등과 리묵 무침(8000원), 두부삼겹김치(1만원)는 가격도 적당하고 양도 푸짐하며 맛깔스럽기까지 해 인기다.

주인 또는 직원과 가위바위보을 해서 이기면 막걸리를 100원에 준다. 바쁜 시간에 가면 기회를 잡기 힘드니 가급적 이른 시간이 좋다. 이용 금액 만큼 벽 한 켠에 고객 이름과 함께 엽전을 걸어주는 것도 특색있다.

지난 2월 오픈한 이 집은 이미 일본인 관광객들 사이에도 유명해져 하루에 대여섯 명의 일본인이 찾을 정도로 한국의 맛을 알리는 홍보대사 노릇을 잘 수행하고 있다. 1층 68석, 2층 30석 등 98석이나 되지만 비 오는 날엔 자리 잡기 힘드니 서두르는 것이 좋다. 매일 오후 4시에 문을 열어 다음날 오전 2시까지 영업한다. 매달 2, 4째 일요일은 휴무다. 주차장은 따로 없지만 지하철 3·6호선 약수역 6번 출구로 나와 뒤로 돌아 1분 거리일 정도로 교통이 편리한 데다 음주운전은 금물이니 그다지 불편해 할 일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