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구조작전 ‘주먹구구’…첨단장비 있어도 ‘무용지물’
한겨레 | 입력 2010.04.01 08:40
[한겨레] '총체적 늑장' 구조 걸림돌
'침몰배 탐색함' 사고 이틀 지나 현장에
해상크레인은 8일째야 해역 도착 예정
'감압체임버' 2대뿐…"구조작업 더뎌"
천안함 침몰 엿새째인 31일에도 해군의 실종자 수색작업은 진전을 보지 못했다. 악화된 기상여건 등 자연적인 제약이 일차적인 요인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 장비만 최고 현재 사고 해상에는 동양에서 제일 크다는 1만4000t급 수송함인 독도함, 3000t급 구난함 광양함을 비롯해 최영함·전남함 등 해군의 첨단 장비들이 총동원돼 있다. 그러나 이를 운용하는 해군의 실력은 수준 이하라는 평가가 많다.
사고 당일인 26일 밤 해군 고속정 4척이 조난 해군 56명을 구한 해경보다 일찍 현장에 도착했지만, 침몰하는 배에 접근할 보트가 없어 발만 동동 굴렀다. 가라앉은 배를 탐색하기 위한 기뢰탐색함인 옹진함은 사고가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난 28일 밤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해군이 실종자들의 생존 한계시간으로 설정한 69시간의 5분의 4를 날린 시점이었다.
천안함을 인양하는 필수 장비인 해상크레인은 4월2일에나 해역에 도착할 예정이다. 배는 29일 오후 경남 거제시 성포항을 떠나 예인선 3척에 이끌려 시속 5노트(약 시속 9㎞)의 속도로 서서히 북진중이다. 사고 직후인 27일 아침 출발했다면 벌써 인근 해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해군은 배 수색 작업에 시간을 허비한 탓에 심해헬멧 등 심해 잠수장비를 준비할 3일의 시간이 없어, 수중호흡기 등 간단한 장비만 부착하는 스쿠버 방식으로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군이 1만4000t짜리 수송함은 갖추고 있지만 그 장비들을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세밀한 작전수행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통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길영 한국해양대 교수는 "군이 갑자기 이런 일을 당하다 보니까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대목이 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감압체임버는 두대뿐…나머지는 고장중? 백령도에서 구조작업을 지켜본 실종자 가족들은 31일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감압체임버'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감압체임버는 잠수요원들이 높은 수압에 노출됐다가 수면으로 나올 때 생기는 압력 차이에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장비다. 잠수대원은 한 번 작전에 투입된 뒤 2~5시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 우리 해군 선박에는 4대의 감압체임버가 있지만 현재 광양함·평택함에서 운용되고 있는 두대를 뺀 나머지는 고장중이어서 수리를 받고 있다.
가족 대표단은 "감압장치가 부족해 잠수요원들이 2인1조로 한 번씩 교대로 들어갔다"며 "몇 대만 더 있었다면 구조작업이 더 빨라질 수 있었을 텐데, 장비가 없어 작업이 진행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해군은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투입되면 빠른 유속에 시야 확보가 안 돼 인도줄(수색대원들이 잠수를 위해 타고 내려가는 안전 쇠밧줄)을 놓칠 수 있다"며 "감압체임버와는 관계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해군은 감압체임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자 미군 구난함인 샐버함의 시설을 지원받아 사용하고 있다.
■ 소통도 부족 사고 해역인 백령도 앞바다는 심청이가 아버지를 위해 몸을 던졌다는 인당수가 있는 곳으로 알려졌으며 조류의 흐름이 매우 불안정하다. 현지 어민들은 "물의 흐름을 잘 아는 우리와 소통해 가며 작전 계획을 짰어야 한다"고 혀를 찼다.
백령도의 한 어선 선장은 "(함수에) 부이를 설치했다가 물살에 끊어졌다는데 이곳의 조류를 잘 몰라 부이 관리에 서툴렀던 것 같다"며 "어민들에게 조언을 구했으면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선장도 "사고 직후 군으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지 못했다"며 "사고 발생 초기부터 조류와 바다 지형을 잘 아는 백령도 어민들과 합동 수색작업을 했으면 성과가 더 좋았을 수 있다"고 밝혔다. 군은 사고 4일째인 29일부터 민간의 도움을 받아 구조대를 투입했지만, 이들은 기상 악화 속에 고전하다 30일 오후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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