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만도 못한 수색… 오락가락 발표… 답답한 해군 | |
"군을 믿을 수 없다. 해군이 이 정도로 허술했느냐." 천안함 사고 실종자의 생존가능 시한이라던 29일 오후 6시를 넘기면서 참고 억눌렀던 실종자 가족의 분노가 폭발했다. 실낱같은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지자 일반 국민도 "이런 군을 믿고 어떻게 아들을 맡기겠느냐"며 극도의 실망과 허탈감을 표출했다.
■어선만도 못한 해군 수색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침몰된 천안함의 배 뒷부분, 함미가 최초 사고 지점에서 약 40m 떨어진 지점에 가라앉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함미는 실종자 가운데 상당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함미의 위치를 식별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백령도의 어선이었다. 군 관계자는 "전날(28일) 오후 4시20분께 침몰 해상에서 탐색 구조작업을 지원하던 어선 3척 가운데 1척(연성호)의 어군탐지기에 이상 물체가 탐지된 것으로 안다"면서 "이를 탐지한 어선들이 해군에 연락해 마침 현장에 도착한 기뢰제거함인 옹진함이 음파탐지기로 이를 식별했다"고 전했다.
이에 평택 해군2함대에서 수색 소식을 기다리던 실종자 가족들은 함미를 찾아내는 데 사흘 이상 걸린 데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실종자 김선호 일병 아버지 김정중 씨는 "답답하다. 사람이 살아 있다는 생각으로 한시라도 빨리 수색을 벌일 생각은 하지 않고, 그동안 사람이 죽었다는 생각만 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던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인양 작업도 거북걸음
침몰한 천안함 선체를 인양하기 위한 해상 크레인은 이날 오후 경남 거제에서 출발했다. 부산에 본사를 둔 삼호I&D는 이날 오후 2시께 거제 성포항에서 해상 크레인 '삼아 2200호'가 사고 현장인 백령도로 출발했으며 4~5일 후에야 현장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상 크레인이 사고 발생 후 사흘이 지나서야 현장으로 출발한 것도 해군의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침몰한 선박에 대해 곧바로 인양 작업을 시작하지 않은 것은 효율과 일사분란한 지휘체계를 자랑하는 군의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달 해군을 제대한 이모(24) 예비역 병장은 "군이 침몰한 선박의 위치를 대강 짐작하고도 확실한 정보를 얻기까지 쉬쉬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의혹만 키우는 군 당국
국방부의 발표도 국민의 불신만 부채질하고 있다. 침몰사고 원인 등에 대한 발표가 오락가락하는 탓에 오히려 '군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유언비어만 난무하도록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먼저 천안함 침몰 원인 등 많은 부분에 의문이 남아 있다. 최원일 천안함 함장은 지난 27일 폭발 당시 상황에 대해 "폭발음이 난 다음 함장실에 5분가량 갇혀 있다 밖에 나와 보니 배 후미 반쪽은 순식간에 반파돼 없어진 상태였다. 두 동강이 났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고 당일 선체 바닥이나 후미에 구멍이 뚫려 침몰했다는 군 당국의 첫 발표와 다른 것이다. 사고 발생 시간도 합참은 26일 오후 9시45분께라고 발표했지만, 27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국방부는 오후 9시30분이라고 밝히는 등 오락가락했다.
군의 초동 대처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은 "사고 초기 대응이 잘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사고 발생 70분이 지나서야 그것도 해군이 아닌, 해경에 의해 구조가 이뤄진 것은 초기 대응이 잘 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국민들의 일반 정서다. 더구나 김태영 국방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함미 위치를 (사고) 첫날부터 알고 있었다"고 밝혀 또다른 논란을 예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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