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한 사투 현장…백령도 해저 45m>(종합)
연합뉴스 | 입력 2010.03.30 18:22 | 수정 2010.03.30 18:40
시야 1㎝, 빠른 유속, 저수온에도 잠수 반복
UDT 대원 1명 순직에도 "자식같은 애들이…"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해군 해난구조대(SSU)와 특수전(UDT) 요원, 민간구조대가 침몰한 천안함의 실종자 구조활동을 벌이는 백령도 인근 해저는 말 그대로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사투의 현장이다.
30일에는 이 곳에서 실종자 구조활동을 벌였던 해군 특수전(UDT) 요원 한 명이 수중 작업도중 실신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는 안타까운 소식까지 전해졌다.
바닷속에서는 10m 깊어질 때마다 1기압씩 수압이 증가하므로 45m 깊이에서는 5.5기압의 압력을 받게 돼 잠수병 발병 위험이 그만큼 더 높아진다.
높아진 압력에 질소가 산소와 함께 혈액에 녹아들면서 시각장애와 무의식 등 치명적 증상을 유발하는 질소마취와 산소중독 등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 공기 소모량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다이빙계에서는 일반 압축공기를 사용하는 잠수사가 수심 42m에서 버틸 수 있는 한계 시간을 보통 8분으로 본다.
깊은 곳을 잠수하는 이른바 '딥다이버'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통 공기보다 산소 비율을 높이거나 질소 대신 헬륨을 섞은 특수 혼합가스를 사용한다.
하지만 SSU와 구조대원은 장비 미흡으로 일반 압축공기만 쓰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잠수병 예방에는 감압챔버(수중에서의 수압을 선상에서 낮춰주는 장비)가 필수적이지만 한국 해군이 보유한 챔버가 구조함 광양함(3천t)에 설치된 1대가 전부여서 동시에 해저에 투입되는 구조요원 수는 2명으로 제한되고 있다.
정동남 한국구조연합회장은 3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군과 민간을 막론하고 일반 공기탱크를 사용하고 있어 물 밑바닥에서 견딜 수 있는 시간이 최대 14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런 악조건 때문에 이날 오전부터 일부 잠수사들이 호흡곤란 증상을 보였고, 오후 3시20분께는 UDT 요원 한모(53) 준위와 SSU 요원 1명이 작업중 실신했고, 한 준위는 인근 미군 구조함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최대 5노트에 이르는 조류와 단 1㎝에 불과한 시야, 급격히 체온을 앗아가는 수온(3.9℃)도 구조대원을 괴롭히고 있다.
유속 5노트라면 태풍에 몸이 날아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강해 자칫 휩쓸릴 경우 순식간에 수백m나 밀려가 조난당하게 된다는 게 구조대원들의 설명이다.
또 작업 와중에 날카로운 바위나 천안함의 잔해 등에 부딪혀 부상하거나 호흡기 등 장비가 손상되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정 회장은 "특히 바닥에서는 시야가 전혀 확보되지 않아 장님마냥 손으로 더듬으며 잔해를 찾고 있는데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이라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바다 밑이지만 실종된 장병을 찾아내려는 마음에 구조대원들은 몸을 사리지 않는다.
그는 "(장비부족과 반복된 잠수로) 몸에 상당히 무리가 가는 것이 사실이지만 자식같은 애들이 물 아래 있다. 실종자와 유가족의 마음으로 한 사람이라도 더 빨리 찾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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