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56번째 구조자 “배 안에 더 있나” 질문에 “제가 마지막”
국민일보 | 입력 2010.03.29 18:30
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당시 구조된 해군이 실종자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바람에 해양경찰이 구조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국방부와 해군 측이 생존자 및 해군 관계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려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입을 막으려는 정황도 포착됐다.
그러나 해경의 구조 활동은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생존자와 탑승 인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구조 활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해경 관계자는 "해군의 진술을 토대로 구조 중단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시 구조 활동 중이던 해경은 천안함 최원일 함장과 함께 마지막으로 구조한 12명 중 한 병사에게 "천안함에 사람이 더 남아 있느냐"고 물었다. 구조되지 않은 사람이 아직 남아 있을 경우 다시 사고 함정 쪽으로 구조용 고무보트를 이동시켜 구조 작업을 지속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병사는 "제가 마지막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해경 관계자는 전했다.
이 말을 들은 해경은 곧바로 구조를 중단했다. 해경은 당시 천안함에 몇 명이 더 타고 있었는지 파악할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해군 관계자는 29일 "'마지막'이라고 한 사람이 누구인지, 또 그가 말한 내용이 '갑판에 있던 병사 중 마지막'이라고 한 의미인지 등에 대해 확인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함구령 정황 여기저기서 드러나=56명이 구조된 직후 천안함 생존자 전원이 해경 구조정 식당에 모였다. 최 함장은 식당에서 30분가량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당시 식당 문 밖에 있던 여러 명의 해경들은 "'함구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생존자들이 머물고 있는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과 실종자 가족이 있는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도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한 함구령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생존자 가족은 "가족은 나가 있으라고 하더니 오후 3시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아들을 조사했다"며 "어떤 조사인지, 무엇을 물어봤는지에 대해 아들 역시 가족에게 전혀 입을 열지 않았다"고 전했다.
서보성 하사의 아버지 서계원(50)씨는 "아들이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특별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 생존자 가족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순간이라 그런지 당시 상황에 대해선 말을 않더라"면서도 "아들이 군인이기 때문에 당시 상황을 정확히 이야기하겠느냐"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병원 측은 가족이 면회를 할 때 녹음이나 영상 녹화가 가능한 장비를 병실 내부로 반입하지 못하게 막았다. 신은총 하사의 아버지 신원향(57)씨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빠져 있는 아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려고 평소 아들이 사용하던 MP3 플레이어를 가져다주려 했다가 제지당했다"고 말했다. 대신 병원은 CD 플레이어는 허용했다. 병원 관계자는 "CD 플레이어는 녹음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반입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해군 제2함대사령부 내 관계자 역시 입을 닫고 있다. 함대사령부 안에 있는 교회 관계자는 "부대 측에서 개별적으로 언론과 접촉하지 말고 발언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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