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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쌍용차 인수 가능성 '0' 맞나?

(주)대성테크 2009. 2. 18. 09:46

삼성, 쌍용차 인수 가능성 '0' 맞나?


정·재계에서 흘러나오는 삼성그룹의 쌍용차 인수설에 대해 삼성의 반응이 유난히 날카롭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이 쌍용차 인수에 나섰으면 좋겠다"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최근 발언에 대해 "김문순가 하는 사람의 혼잣말"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쌍용차 인수에 대한 삼성의 공식 입장을 묻는 질문에도 "터무니없는 이야기, 일고의 가치도 없는 논의"라며 일축했다. 보통 인수설이 나오면 '검토된 바 없다'는 식으로 답변하는데 비해 삼성은 실세 자치단체장과 대립각을 세우면서까지 단호하게 반응하고 있다.

모두 다 삼성을 바라보고 있지만 정작 열쇠를 쥐고 있는 쪽은 무관심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삼고초려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의 쌍용차 인수는 허황된 이야기에 불과할까?

◆삼성이 아니면 어렵다…주변선 부채질

삼성의 쌍용차 인수 시나리오는 논리 면에서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첫 논의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맡았다. 김 지사는 지난 1월14일 아주대학교에서 열린 특강에서 "삼성그룹이 쌍용차를 인수했으면 좋겠다"고 공개적으로 의견을 내비쳤다.

그러자 청와대도 지원 사격을 하면서 김 지사를 거들었다. 이튿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도 삼성이 쌍용차 인수로 자동차 산업에 나설 것을 원하고 있다"며 삼성그룹에 러브콜을 보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재계는 MB 정부가 친기업 정책과 고용활성화에 부응해 삼성이 쌍용차를 끌어안았으면 하는 바램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이 자동차산업에 뛰어들면 정부로서는 쌍용차 법정관리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현대·기아차의 독주로 인한 자동차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도 해소할 수 있다.

한편 삼성의 반응이 시큰둥하자 김문수 지사는 톤을 더 높였다. 김 지사는 1월 28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평택시민은 삼성이 쌍용차를 인수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삼성은 자금여력이 있고 자동차사업을 하려 했으며 이건희 전 회장도 의지가 있다고 본다"고 인수 당위성을 강조했다.

김 지사는 "여러 경로로 타진해 보니 (삼성이) 별로 뜻이 없는 것처럼 알려져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면서 삼성 관계자와 접촉했으나 뜻대로 풀리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김 지사는 이어 2월 초 한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건희 전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를 직접 거론하며 삼성의 쌍용차 인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있다.

◆쌍용차, 회생이 급선무지만 삼성이라면…

지난 2월12일 쌍용차 협력업체인 대신산업이 최종 부도 처리됐다. 쌍용차 협력업체들은 앞으로도 최소한 6~7곳이 추가 부도위기에 놓여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완성차업체인 쌍용차의 경영위기 파급력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자 관련업계에서도 하루 빨리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나야 한다며 조바심을 내고 있다.

안팎으로 쌍용차와 연관업체, 지역경제를 위해 누군가 나서줘야 한다는 분위기다.
법정관리 개시결정이 내려진 쌍용차는 일단 삼성의 인수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공식적으로는 무덤덤하게 대응하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회생계획안 작성에만도 7~8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확정되지 않은 인수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면서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삼성의 인수 가능성에 대해 싫지 않은 모습이다. 회사 관계자는 "르노삼성과 쌍용차를 통합한 시나리오라면 라인업이 겹치지도 않을뿐더러 시너지효과도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물론 이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삼성그룹은 사상 최악의 자동차시장 상황과 10여년 전 자동차사업에 진출했다가 고배를 마신 이력 등을 감안할 때 어떤 식으로든 쌍용차 인수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IMF 사태 즈음 삼성그룹은 주변의 모진 반대를 무릅쓰고 기아차 인수를 포함해 자동차사업 본격 진출에 사활을 걸었다. 그때는 어느 업체든 살 수만 있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가 됐다. 한마디로 새옹지마다. 한때 완성차업체 인수에 눈독을 들였던 삼성이 지금은 쌍용차 떠넘기기에 손사래를 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수설 가능성 낮지만 '있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의 쌍용차 인수설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하이투자증권은 1월19일 보고서에서 "삼성이 자동차 재진출에 욕심을 낼만한 분명한 이유가 있다"면서 군불을 땠다.

최대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의 자동차 재진출 여부는 알 수 없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여론의 압박, 낮은 진입코스트, 자체 기술력, 신수종 사업에 대한 의지 등 삼성이 욕심 낼만한 재료가 많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만약 삼성이 자동차시장에 진출한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현대·기아차와 양강구도 체제를 구축해 전후방 효과가 뛰어난 자동차산업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최 연구원은 "정부나 지자체의 삼고초려에도 불구하고 열쇠를 쥔 삼성은 떡 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 인수를 위한 사전작업?

현대·기아차 그룹이 독주하고 강력한 시장지배력 문제나 국내 완성차업체의 강성 노조 문제 등을 감안해도 삼성으로서는 자동차 사업진출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삼성이 쌍용차를 원한다면 구조조정 촉진 차원에서 예비조항 변경 등 각종 제도개선을 통해 다각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정부는 특혜 논란을 피하기 위해 마땅한 명분이 필요하다. IMF 사태 직전 기아차 처리문제로 곤욕을 치렀던 정부는 또 다시 개입했다가 게이트로 비화될까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인 정장선 민주당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지식경제부에 확인한 결과 삼성이 쌍용차를 인수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정부의 거리두기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정 의원은 '자구책이 병행된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며 단서를 달았다.

쌍용차 회생을 두고 사실 정부와 지자체는 속이 탄다. 경제살리기에 올인하고 있는 현 정부가 고용과 경기활성화에 중대한 몫을 차지하는 완성차업체의 도산을 내버려 두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방법이 없다. 정부가 기댈 만한 거의 유일한 곳이 삼성인데 최근 실적을 보자니 더욱 갑갑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940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000년 3분기 실적 발표를 시작한 이후 첫 적자다.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삼성에게 쌍용차의 굴레를 씌우기 어려운 모양새가 된 것이다.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도 '삼성이 어렵겠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이는 것이 일반화됐다.

공장 가동을 중단했던 GM대우 부평공장이나 쌍용차 평택공장의 찬바람을 이미 체감한 경기도 역시 도지사가 직접 나서 읍소를 하고 있지만 세계 자동차산업의 위기와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에 직면한 삼성에게 쌍용차를 떠넘기기란 기대난망인 상황이다.

◆삼성의 불편한 속사정

삼성은 왜 쌍용차 인수설이 나오는 것에 대해 왜 예민할까? 무엇보다 삼성의 쌍용차 인수가 '폭탄' 떠안기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건희 전 회장의 자동차사업 진출 실패가 다시 거론되는 것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 불패신화를 달리던 삼성에게 뼈아픈 실패의 불명예를 안겼던 자동차사업은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악몽과도 같다.

삼성의 자동차산업 진출은 자동차 광이던 이건희 전 회장 등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임원과 여론이 반대한 바 있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친기업 정부가 들어섰고 지자체와 일부 언론이 삼성의 쌍용차 인수를 지원하고 나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이 과거 기아자동차를 인수하기 위해 치밀한 작전을 벌였던 1997년과 모든 면에서 거꾸로 됐다"면서 "예전에는 삼성이 충분한 실탄을 확보해 놓고 여론과 정부의 반대를 돌파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지금은 정부의 삼고초려와 여론의 지원에도 뜻과 총알이 없는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쌍용차 인수를 염두에 뒀느냐 아니냐를 떠나 현재까지 삼성의 행태는 당연하다는 관측이다. 쌍용차에 대해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면 지금처럼 부인하는 것이 당연하고, 쌍용차의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 하더라도 당장 인수 의사를 내비칠 이유가 없다.

쌍용차에 뜻이 있다면 더더욱 정부에서 합당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명분을 챙겨줄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게 상책이다. 쌍용차 인수 기업이 끝끝내 나오지 않는 막다른 골목까지 가야 삼성의 쌍용차 인수가 현실적 여건을 갖출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