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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받는 졸업장

(주)대성테크 2009. 2. 17. 17:42

혼자받은 졸업장…건호가 남긴 졸업식의 의미

【전주=뉴시스】
"학교장상 수상자 송건호, 운영위원장상 수상자 송건호, 동문회 장학금 수상자 송건호…."
17일 전북 전주 원동초등학교에서 열린 제39회 졸업장 수여식에서는 6학년 송건호라는 이름이 수없이 불렸다.

졸업생이 건호군 한 명뿐이기 때문이다. 원동초는 행정구역상 전주시에 포함돼 있지만 전주 최북단의 변두리에 위치, 사실상 시골학교나 다름없다.

한때 재학생이 230여명에 달했던 원동초는 8년 전 소규모 학교 통폐합설이 나돌면서 서서히 학생 수가 줄어들다 현재는 14명이 재학생 전부다.

그나마 6학년은 1명이고, 올해 2학년으로 올라갈 학생은 한 명도 없는 상태. 이 때문에 건호군은 이날 외롭고 쓸쓸한 졸업식을 해야만 했다.

당연히 각종 상과 장학금도 모두 건호군의 차지였다. 하지만 건호군에게는 정작 중요한 친구들이 없었다.

"5학년 초까지는 친구가 있었는데 마지막 남은 친구마저 다른 학교로 전학을 떠났어요. 그래도 선생님들과 후배들과 가족처럼 지내 많이 외롭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왠지 오늘은 허전한 기분이 드네요."

이런 건호군의 허전한 마음을 알아서였을까. 후배들은 평소 방과후학교에서 선생님들로부터 배운 바이올린으로 졸업가를 연주하며 건호군의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선생님의 기타 반주에 맞춰 석별의 아쉬움을 노래하는 후배들의 눈빛에도 친형과 친오빠를 떠나보내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평소 후배들이 친동생처럼 따라줬어요. 동생들을 남겨두고 졸업하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이곳에서 만든 추억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건호군의 이날 졸업식은 혼자라는 특별함도 있지만 그보다 더 애절한 사연이 있다. 바로 자신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고 있는 할머니 때문.

건호군의 부모는 오래 전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할머니와 단 둘이 살아온 건호군의 졸업장에는 진학의 기쁨보다는 할머니에 대한 애절한 사랑과 감사의 마음이 더 배어 있다.

"나중에 꼭 과학자가 되고 싶어요. 꼭 과학자가 아니더라도 할머니가 항상 건강하실 수 있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건호군의 할머니는 교장 축사가 끝난 후 자청해서 목메인 한 마디를 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건호가 이렇게 잘 자랄 수 있게 도와주셔서…."

석별의 정, 스승의 은혜에 대한 감사의 마음, 학교에 대한 애교심이 갈수록 사라져가는 요즘. 원동초의 졸업식은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도시민들에게 많은 점을 생각하게 하고 있다.

건호군은 할머니와 함께 교정을 떠나는 자신을 배웅하는 교장과 담임선생님께 말했다.
"선생님, 보고 싶을 거예요. 꼭 연락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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