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등산·낚시

아침 가리골(강원도)

(주)대성테크 2009. 8. 1. 09:12

6월이면 아침가리골은 트레커로 붐빈다. 때묻지 않은 자연을 느끼려는 열정의 트레커들은 알파인 스틱을 짚으며 아침가리골의 물길을 거슬러 오른다. 이들은 아침가리에는 사람이 만든 길이 아니라 산이 내어준 길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초록으로 빛나는 울창한 숲이 있다. 숲은 맑고 차가운 계곡을 품고 있다. 계곡은 넓을 뿐 아니라 깊고도 깊어, 들어갈수록 신비로운 광경을 펼쳐 보인다. 숲과 계곡에는 온갖 동물이 산다. 나무에는 박새, 황조롱이, 소쩍새, 곤줄박이, 부엉이가 둥지를 틀고 물에는 열목어, 어름치, 갈겨니, 통가리, 쉬리 등이 헤엄치며 살고 있다.

아침가리골. 구룡덕봉, 가칠봉 등 해발 1,200~1,400m의 고봉에 첩첩산중 둘러싸인 깊은 골짜기. 조선시대의 예언서 <정감록>에서 말한, 난을 피하고 화를 면할 수 있는 ‘삼둔 오가리’ 가운데 한 곳이다. 삼둔은 홍천군 내면의 살둔, 월둔, 달둔이고 오가리는 인제군 기린면의 연가리, 명지가리, 아침가리, 명가리, 적가리다. 예로부터 전해지기를, 난과 포악한 군주를 피해 숨어 들었던 사람들이 이곳에서 살았다고 한다.


살아 있는 원시림, 아침가리골
아침가리골은 오가리 가운데서도 가장 깊었다. 찾는 사람도, 찾고자 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이 심산유곡이 5~6년 전부터 슬슬 붐볐다. 오지 여행가가 하나 둘씩 들어왔고 알파인 스틱을 잡은 트레커가 계곡을 누비고 다니기 시작했다.

이제는 ‘꼭꼭 숨은’ 오지가 아니라 ‘몸 튼실하고 마음 가벼이’ 떠난 트레커라면 누구라도 받아주는 트레킹 명소로 다시 태어났다. 하지만 아침가리골에는 휴지 조각 하나 없다. 찾는 사람은 늘어났지만 보존 상태는 그대로다. 원시의 모습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다.

번잡한 도시의 일상에서 탈출할 수 있는 비상구, 아침가리골 트레킹. 출발점은 방동리 갈터마을이다. 목적지인 방동초등학교 조경동분교까지 직선 거리는 약 3km. 하지만 만만하게 볼 거리가 아니다.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은 약 7km, 길을 잃고 헤매는 것까지 합치면 10km는 된다.

아침가리계곡으로 들어서는 길은 찾기가 힘들다. 계곡은 보이는데 내려가는 길이 없다. 어디로 가야 하나. 잠시 두리번거리는 동안 매점 아주머니가 배낭을 메고 등산화를 신은 행색을 보았나 보다. “아침가리 가시려고?” 하더니만 손가락으로 계곡 쪽을 가리킨다. “저기, 저어기가 아침가리요. 그냥 들어가면 돼.”

과연 그러하다. 계곡을 따라가는 데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냥’ 계곡을 따라가기만 하면 될 뿐인 것을.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포장된 반듯한 길만 따라다니던 도시인에게는 자연이 내준 길이 낯설기만 하다.


등산화를 벗고 맨발로 계곡으로 내려선다. 첨벙첨벙 걷는다. 계류 속을 걷는 발이 시리다. 5분쯤 가자 발등이 시리다 못해 저리기까지 하다. 5월하고도 중순, 도시의 빌딩 숲은 벌써부터 무더운 열기를 내뿜건만 아침가리의 청명한 숲과 얼음장처럼 차가운 계류는 정신을 번쩍 들게 할 만큼 명징하다.

물길을 건너자 비좁은 오솔길이 나타난다. 길은 계류를 따라 산 속으로 나 있다. 길들지 않은 길. 산철쭉이 바위 틈새마다 뿌리를 내리고 진분홍 꽃을 피웠다. 골짜기를 타고 내려온 바람이 산철쭉을 쓰다듬는다. 불이 붙은 듯 흔들리는 꽃가지. 새들이 한꺼번에 새로 고쳐 운다.

길이 점점 사라진다. 잡목이 무성해지더니 어느 샌가 길이 희미해지며 결국 없어진다. 할 수 없이 계곡으로 내려선다. 잠시 바위에 걸터앉아 숨을 고른다. 물빛을 바라본다. 구름 사이로 해가 잠깐 비친다. 사금파리를 뿌려놓은 듯 물이 반짝인다. 지상의 색깔이 아니다. 눈이 부시다. 꺽지가 ‘쉬익’ 하며 꼬리를 치며 돌 사이로 재빨리 숨는다. 돌피리가 지느러미를 팔랑거리며 헤엄친다.

돌피리를 따라가는 눈길에 신통하게도 징검다리가 보인다. 등산화를 벗고 맨발로 징검다리를 건넌다. 물이 무릎까지 차오른다. 이끼 낀 돌이 미끄럽다. 건너편으로 가니 다시 길이 어렴풋이 나타난다. 길 끝에는 울창한 낙엽송 숲이 기다리고 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낙엽송 숲. 휘파람을 불며 숲길을 걷는다.

낙엽송 숲을 빠져나온 길은 계곡으로 이어지더니 또다시 사라진다. 그제야 안다. 아침가리에는 사람이 만든 길이 없다는 사실. 산이 내어준 길, 높은 곳에서 흘러내린 물이 만들어놓은 길만이 있다는 사실.

아예 바지를 걷고 계류 속으로 들어간다. 폭이 좁아 물살이 제법 세다. 다리가 휘청거린다. 힘을 단단히 줘야 한다. 알파인 스틱을 가져오길 잘했다. 계곡 트레킹에서 알파인 스틱은 매우 유용하다. 스틱을 사용하면 균형을 잡기가 쉽다. 스틱이 없다면 기다시피 건너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스틱을 지지대로 사용하면 안전하고 쉽게 건널 수 있다.


길은 다시 물 속으로
바위 지대가 계속 이어지더니 넓은 너럭바위 지대가 펼쳐진다. 바위에 누워본다. 바람에 꽃 냄새, 풀 향기, 싱그러운 물비린내가 실려온다. 몸이 생생히 깨어나는 느낌이다. 한숨 자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햇빛이 쨍한데도 굵은 빗방울이 뿌린다. 숲 속으로 황급히 몸을 피한다. 나뭇잎에 내려앉는 빗소리가 듣기 좋다. 10여 분간 쏟아지던 소나기가 그치자 다시 출발. 상류로 오른다.

이제 길은 없다. 물을 헤치고 가야 한다. 아침가리에서는 신발과 바지가 젖을 것을 걱정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발을 적시지 않고 계곡을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허리까지 물이 찬다. 발바닥의 감촉만으로 계곡을 건너간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물 속의 길이 느껴진다. 길이 순하지 않다.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길의 질감은 거칠다. 문득 길이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폭포와 크고 작은 소가 연이어 나타난다. 암반의 색은 검었다가 다시 희어진다. 굽이를 돌 때마다 흰 모래톱이 펼쳐진다. 모래톱에 자주 주저앉는다. 지쳐서가 아니다. 길과 자연이 보여주는 풍경이 아름다워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다.

아침가리를 거슬러 오르기를 세 시간여. 갑자기 계곡이 환하게 열린다. 왼쪽에 농가가 한 채 서 있다.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이즈음이면 아침가리의 비경지는 다 지나온 셈이다. 여기서 잠시 갈등해야 한다. 오른쪽으로 난 비포장길을 따라 방동약수 방면으로 갈 수도 있고, 계곡을 따라 거슬러 올라 홍천군 내면 월둔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방동약수 방면으로 가는 길은 끝없이 계속되는 오르막길. 다소 지루하고 사륜구동차도 버거울 정도로 길이 험하다. 명지거리를 지나 월둔으로 넘어가는 길은 여섯 시간 이상 걸리므로 넉넉한 일정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다시 갈터 방면으로 내려가는 길을 택한다. 아쉬울 것은 없다. 계곡은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의 풍경이 다르다. 내려갈 때는 아마도 아침가리골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아침가리골 트레킹으로 부족하다면 방태산휴양림으로 가보자. 적가리골에 있는데, 휴양림 입구까지 차가 들어갈 수 있다. 방동리로 나와 좌회전해 다리를 건너면 된다.
휴양림 입구에 들어서면 일단 계곡에 눈을 빼앗기게 된다. 진녹색 이끼가 낀 바위틈으로 맑은 물이 쏟아진다. 계곡을 조금만 오르면 귀청을 때리는 물소리가 들린다. ‘이 폭포 저 폭포’라고 부르는 이단폭포다. 폭포 주위에는 숲이 우거지고 폭포 옆에 조그마한 정자가 있다. 정자에 앉아 물소리를 듣는다. 물소리가 가슴으로 파고든다.











▒ Strategy

아침가리골에는 큰 돌이 많이 깔려 있다. 물의 깊이도 고르지 않다. 때문에 물 속을 걸을 때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상류에는
10m 이상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구간이 수차례 나오니 주의해야 한다. 아침가리 트레킹은 지금이 적기다. 장마철에는 물이
불어나 고립될 위험이 있다. 복장은 긴 바지와 긴팔 셔츠가 필수. 트레킹을 마친 후 갈아입을 옷과 양말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물길을
따라가는 구간이 많으므로 헌 등산화를 신고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샌들을 신는다면 발가락이나 발등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아침가리골은
해가 짧다. 아침나절에만 밭을 갈 수 있다고 해서 아침가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트레킹을 위해서는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한다.


▒ Information

<가는 길>

서울에서 양평을 거쳐 홍천까지 간다. 44번 국도를 타고 인제 방면으로 가다 철정 삼거리에서 451번 지방도를 따르면 31번 국도와
만난다. 31번 국도 상남을 지나면 기린면 현리. 현리에서 우회전해 418번 지방도를 따르면 갈터다. 방동교 건너 왼쪽으로 1km를
가면 톡 쏘는 맛을 자랑하는 방동약수가 있다. 300여 년 전에 한 심마니가 산삼을 캤는데 그 자리에서 약수가 솟기 시작했다고 한다.
계곡 트레킹 후에 마시는 시원한 약수 한 잔이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숙박>

방태산휴양림 입구에 방태산민박(033-463-5488), 꽃피는 산골(033-463-7397), 대골민박(033-463-5791)
등이 있다. 3만~4만원. 방태산자연휴양림(033-463-8590)을 이용할 수도 있다. 2층 통나무집이 예쁘다. 방은 모두 8실.
매달 1일에 다음 달까지 숙박 예약을 받는다. 주말 예약을 하려면 두 달 전부터 서둘러야 한다. 주중에는 휴가철을 제외하면 여유가
있는 편. 객실은 취사가 가능하며 식기와 침구도 갖춰져 있다. 5만5000~6만7000원

<맛집>

인제읍내에 있는 일미장(033-461-1396)은 인제 사람이 즐겨 찾는 고깃집. 40년째 영업 중이라 단골이 꽤 많다. 인제에서
키운 한우를 내놓는다. 2만5000원(1인분). 갈터의 진동산채가(033-463-8484)는 산채 정식을 잘한다. 점봉산을 비롯해
인근에서 나는 산나물과 더덕구이, 황태버섯 등 20여 가지 반찬이 나온다.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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