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그믐밤
이효녕
빈숲의 골짜기마다
눈이 내려 쌓이는 산골마을
하얀 눈으로 가래떡을 만들어
농사에 쓰일 씨앗 몇 톨 움켜쥐듯
시린 손을 호호 불며
떡을 써는 어머니의 손
삶의 견고한 믿음은
어머니 허리춤 어디쯤일까
알아
세상 살기 너무 힘들지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고
객지로 떠나보낸 자식들
설이 가까워 이리도 기다리는 마음
까치도 지저귀며 날아들고
집 떠난 자식 고향을 찾아오는
먼 기적 속에 가슴을 묻는 어머니 마음
하얀 기다림이 되어
그 무엇으로도 분리할 수 없는
외로운 시간을 돌리며
운명 같은 그물인 줄 모르고
그림자 같은 정을 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