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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문닫아버린 영산포역

(주)대성테크 2009. 4. 6. 16:57





영산포역은 한국 도시와 철도의 변화를 가장 잘 말해주는 대표적인 곳 아닐까?
영산강 하구에서 영산포구를 이어주는 뱃길,  
이 뱃길을 이어주는 중요한 수자원의 출발점,
사람들이 모이고 돈이 모여 도시가 급성장하게 된 곳...

그러나 포구의 추억은 역사 저편으로 사라지고,
사람들은 도시로 떠나 점점 작은 마을로 남게 되더니,
급기야 역사가 나주역과 통합되고 영산포역은 역사 전체가 사라져 버리게 된다.

아주 작은 규모로는 옛 전라선 오류역과 봉천역이 합쳐져 봉천역으로 기능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큰 역사가 통합하면서 도시의 기능과 함께 철도기능마저 사라져 버린 경우는 드물다.

그런 영산포에 철도박물관 및 문화복합센터가 들어선다는 얘기가 2004년에 있었다.

(관련뉴스: 2004년 3월 연합뉴스 자료)
연면적 3,500㎡, 3층규모로 올 하반기 공사에 들어가 내년말 완공되는 이 복합센터에는
사업비 60억원이 투입돼 청소년들의 방과후 취미생활을 돕는 각종 공연시설과 지역주민들의
여가활동을 위한 주민생활관이 들어선다.
나주시는 또 영산포역에 철도박물관을 건립하고 폐선을 따라 자전거 테마공원을 조성하는 등
이 일대를 체육과 관광화가 복합된 단지로 조성키로 했다.

2007년 현재의 영산포역은 어떤 모습일까?




문화센터는 아직 들어서지 않았고, 구역사는 깔끔하게 사라져 공터로 남았다.




원래는 저 큰 나무 옆에 붉은 벽돌로 별 특징 없지만 규모있는 영산포역이 서 있었는데,






철도박물관을 만들려던 계획은 물 건너 간 건지, 아직 시작을 안한 건지 증기기관차만 한 대
남아 가끔 찾아주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증기기관차의 고유 시리얼넘버(?)는 미카5 31





역사 쪽에 가장 가깝던 플랫폼은 산책로로 변했다.





원래 모습







반대편 쪽 (나주역/시내 방향)으로는 기찻길이 끊겨 있다. 깔끔하게 정비된 모습







플랫폼 반대편으로는 할아버지들의 장기판이 한창이다. 그들에게는 이만한 쉼터가 없을 듯







다시 역사 가까운 플랫폼 쪽 철길을 본다. 철도박물관을 위해 남겨둔 것일까?
아무튼 꽤 돈을 들여 플랫폼 지붕까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꼭 북으로 달리지 않아도 좋으니 달리고 싶다.









증기기관차는 별 제약없이 감상할 수 있다. 어차피 기계식이라 별로 뜯어갈 것도 없다.
간혹 도둑질을 해서라도 철도수집을 광적으로 하는 사람을 가끔 보게 되는데, 증기기관차는
그런 점에서 무결한 셈이다. (뗄레야 뗄 수 없는 중장비들!)







앞서 본 사진의 중앙부에 뚫린 구멍에 석탄을 밀어넣는다. 위 사진은 석탄을 쑤셔넣는 공간 사진







지금도 그 자리에 서 있다. 아니, 이제 더이상 갈 곳을 찾지 못했다는 게 좀더 정확한 표현이리라.







영산슈퍼에 다시 손님이 몰려들 날이 올까?







영산포역에서 5 분 정도 영산강을 따라 내려가면 길이 150~200미터 정도 되는 폐터널을 만난다.
내부양식으로 봐서 일제시대 초기에 지어진 듯한 모양인데, 그 아래로 유채꽃이 피어 폐선의
적막함을 강조하고 있다. (시(詩)로 말하자면 이상화 시인의 말처럼 '찬란한 슬픔의 봄'인 셈이다.)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사진들을 다시 살펴본다.









이제 영산포역의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이라고는 - 아이러니하게도 - 증기기관차 뿐이다.

그래도 좋다. 흔적이라도 이렇게 남아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