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堂野老不識字
까막눈 시골 영감이
半尺詩書枕頭眠
옛날 책 괴어베고 잠을 자다가
閑向家人索酒嘗
부스스 일어나 술 퍼마시고서
醉筆寫花花亦醉
취하여 꽃 그리니 꽃도 취했네
청 화암(華嵒)이 붉은 모란꽃 그림에 붙여 써 넣은 시다. 그림 그리
는 사람은 마음이 깨끗하고 욕심이 없어야 하며 작품에 임해서도
자유분방 거칠 것이 없어야 한다.
문자지식(文字知識)이 전무하고 학문교양(學問敎養)따위에 아랑곳 하지않는 시골영감이 옛날 책을 반자 높이로 괴어베고선 낮잠을 자고, 술 마시고 모란을 그리니 그 모란이 함께 취해 붉다. 화가와 그림과 시가 또한 하나가 되는 순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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